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야외활동이 활발해지는 요즘, 겨울잠에서 깨어난 야생동물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기온이 15도 이상으로 오르면 뱀들이 동면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하는데, 이들은 산속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 공간인 산책로, 논밭, 심지어 도심 외곽에서도 출몰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뱀은 봄에 활동을 시작해 여름철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며, 10월 중순 이후 기온이 낮아지면 다시 동면 준비에 들어가 활동량이 감소한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종류의 뱀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 중 살모사류와 같은 독사는 사람에게 심각한 손상이나 쇼크를 유발할 수 있는 독을 가지고 있다.

 

소방청의 2022년 뱀물림 사고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발생 장소는 밭(33.8%), 집(17.2%), 도로(8.2%), 산(6.1%), 작업장(3.9%)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뱀이 주로 산속에만 있을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우리의 생활 반경 내에서도 쉽게 마주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뱀에 물리면 물린 자국, 통증, 출혈, 부종, 피부 변색, 물집, 열감, 따가움 등의 국소 증상과 함께 오심, 구토, 두통, 현기증, 전신 쇠약, 감각 이상, 의식 저하, 호흡곤란, 쇼크 등의 전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의 정도는 뱀의 종류와 독의 주입량에 따라 차이가 있다.

 

뱀에 물렸을 때는 즉시 안전한 거리로 이동해 119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뱀은 사냥한 장소에서 일정 시간 머무는 습성이 있어 물린 직후 주변에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안전거리에서 뱀의 사진을 촬영해 종류 파악에 참고할 수 있지만, 절대 가까이 접근하거나 잡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응급처치로는 먼저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흥분하면 심박수가 올라 독이 빠르게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린 부위의 액세서리는 제거하고 옷을 느슨하게 풀어주며, 독의 순환을 지연시키기 위해 물린 부위는 심장보다 낮게 유지한다.

 

물린 부위 2~3cm 위쪽을 붕대로 감는 것은 림프와 정맥을 통한 독의 순환을 늦추기 위한 조치로, 손가락이 부드럽게 들어갈 정도의 압력으로 감아야 한다. 너무 세게 감아 동맥까지 압박하면 혈류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입으로 독을 빼거나 상처 부위를 절개하는 행위는 치료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2차 감염과 조직 손상 위험이 있어 금지된다.

 

대동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 배병관 과장은 "흔히 뱀은 건드리지 않으면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 사고는 농작업이나 야외활동 중 풀숲에 숨어 있는 뱀을 모르고 건드려 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최근 이상 기온으로 더위가 빨라져 출몰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는 만큼 뱀에 대한 경각심과 정확한 응급처치 지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뱀물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논밭, 산, 숲 등 출몰 예상 지역에 갈 때 긴바지와 긴 소매, 장갑을 착용하고, 잡초나 풀이 많은 곳은 막대기로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향이 강한 화장품 사용을 자제하고, 주택 주변의 풀은 정리하며, 나뭇가지가 주택에 닿지 않도록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야간 시야 확보를 위한 조명 설치와 쥐, 개구리 등 뱀의 먹잇감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한 예방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