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 문화

22만 관객 울린 전설의 연극, 6년 만에 부활

 연극계의 거장 고(故) 임영웅(1934~~2024) 연출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가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극단 산울림은 4일, “소극장 산울림 개관 40주년을 맞아 임영웅 연출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는 9월 10일부터 10월 4일까지 공연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고 임영웅 연출가의 해석을 그대로 재현하는 의미 깊은 무대가 될 전망이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아일랜드 작가 사무엘 베케트(1906~~1989)의 작품으로, 실체가 불분명한 존재인 ‘고도’를 기다리는 두 방랑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대화를 통해 인간 존재의 허무함과 부조리함을 그려낸 부조리극의 대표작이다. 1969년, 한국에서는 임영웅 연출을 통해 처음 소개됐으며, 공연 개막 직전 베케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고,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 후 50여 년 동안 약 1500회에 걸쳐 무대에 오르며 22만 명 이상의 관객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부조리극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관객과의 깊은 교감을 이끌어낸 작품으로, 한국 연극계에서 기념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고도를 기다리며’는 극단 산울림이 1970년 창단된 이후, 1985년 소극장 산울림이 개관할 때까지 줄곧 함께해온 대표작으로, 산울림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난 임영웅 연출가는 ‘고도’를 통해 한국 연극사에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겼다. 그는 부조리극에 대한 명쾌하고 깊이 있는 해석을 제시하며, 관념적이고 난해하게 여겨졌던 이 장르를 대중 가까이로 끌어왔다. 그의 작품 철학과 예술관은 지금까지도 후배 연출가들과 배우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생전 임영웅 연출가가 남긴 연출 노트를 바탕으로, 그의 해석을 그대로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두고 기획됐다. 산울림과 오래 인연을 맺어온 심재찬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으며, 오랜 시간 ‘고도’ 무대에 참여해 온 베테랑 배우들이 함께한다. 1994년부터 ‘고도’ 무대에 올라온 배우 이호성이 블라디미르 역을, 2005년부터 함께한 박상종이 에스트라공 역을 맡는다. 포조 역에는 2013년부터 출연해온 정나진이, 럭키 역은 문성복, 소년 역은 문다원이 각각 맡는다. 이외에도 무대는 박동우, 조명 김종호, 의상 최원, 분장 김유선 등 국내 연극계를 대표하는 스태프들이 참여해 완성도를 더할 예정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오는 9월 10일부터 10월 4일까지 서울 연남동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되며, 전석 6만원에 예매는 8월 7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된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재연을 넘어, 한 시대를 대표한 연출가의 철학과 한국 부조리극의 정수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