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별' 보아가 대한민국 수많은 자영업자를 향해 던진 간절한 호소 한마디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8일 밤, 보아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우리나라에도 논알코올 판매하는 식당이 많아지기를"이라는 짧은 글과 함께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그날 저녁, 한 식당에서 논알코올 음료를 찾을 수 없었던 그의 작은 불편함이 담긴 이 게시물은 단순한 개인의 푸념을 넘어, 우리 사회에 조용하지만 거세게 불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냈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 '술'은 사교와 관계의 중심에 있는 필수적인 매개체였다. "술 한잔하자"는 말은 만남의 시작이었고, 회식 자리에서 술잔을 거절하는 것은 무례함으로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건강과 자기 관리를 중시하고, 획일적인 조직 문화보다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MZ세대'가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부터다. 이들에게 술은 더 이상 유일한 소통의 도구가 아니다.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신조어가 바로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다. '술 취하지 않은 상태(Sober)'에 대한 '호기심(Curious)'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의무감이나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 의식적으로 술을 멀리하거나 그 양을 조절하려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한다.

 

보아의 이 짧은 문장은 바로 이 '소버 큐리어스' 트렌드가 더 이상 소수의 취향이 아닌, 거스를 수 없는 주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통계는 이를 명확히 뒷받침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18년 1040만 달러에서 지난해 1770만 달러로 무려 70%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해외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최근 1주일 내 음주 경험이 있다"고 답한 대한민국 성인의 비율은 2016년 62%에서 2022년 57%로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OECD 통계 역시 한국의 주류 소비량이 2015년을 기점으로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그 하락 폭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빠르다고 분석했다. 즉, '술 안 마시는 대한민국'은 이미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식당과 주점은 여전히 주류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다. 높은 마진을 남기는 주류는 자영업자들에게 분명 매력적인 상품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술을 마시지 않는' 혹은 '마실 수 없는' 수많은 잠재 고객을 놓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아의 호소는 바로 이 지점을 꼬집는다. 그의 목소리는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 건강상의 이유로 술을 마실 수 없는 사람들, 혹은 그저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고 싶은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다. '아시아의 별'이 던진 작은 돌멩이 하나가,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는 국내 요식업계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