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취업자 수가 16만 6천 명 증가하며 3개월 연속 10만 명대 증가세를 유지했다는 긍정적인 헤드라인 뒤에,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위기 신호가 포착됐다. 전체 숫자라는 '빛 좋은 개살구' 속에 가려진 내용은 참담하다. 국가 경제의 허리인 제조업과 건설업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년층은 고용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96만 7000명으로, 표면적으로는 전년 대비 16만 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이 숫자는 고용 시장의 진짜 현실을 가리는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 증가 폭은 6월(18만 3천 명), 7월(17만 1천 명)에 이어 8월(16만 6천 명)까지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내용는 더욱 심각하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한민국 경제의 두 기둥인 제조업과 건설업의 동반 붕괴다. 제조업 취업자는 6만 1천 명이나 급감하며 무려 14개월 연속 감소라는 끔찍한 기록을 이어갔다. 미국발 관세 폭탄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직격탄을 맞으며 공장이 멈춰 서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의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등으로 국내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건설업 취업자는 13만 2천 명이나 증발하며 16개월째 감소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두 산업에서만 약 20만 개에 달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한 달 만에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이러한 산업 기반의 붕괴는 미래 세대에게 직격탄이 되었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무려 21만 9천 명이나 감소하며 IMF 외환위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청년 실업 대란'을 현실화했다. 청년 고용률 역시 16개월 연속 하락하며, 청년들이 일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는 단순히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창 가정을 꾸리고 경제 활동의 주축이 되어야 할 40대(-7만 3천 명)와 50대(-3만 8천 명)의 일자리마저 줄어들며, 사실상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이 고용 한파에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16만 6천 명이라는 취업자 증가는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만 40만 1천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며 전체 통계를 떠받쳤다. 이는 청년과 중장년층의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진 자리를 고령층의 단기, 저임금 일자리가 채우는 '고용의 질적 하락'이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 암울한 지표는 '쉬었음' 인구의 폭증이다. 특히 30대에서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가 32만 8천 명으로 8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치열한 경쟁과 '경력직만 선호'하는 채용 시장의 높은 벽 앞에서 좌절하고 구직 자체를 포기하는 30대가 늘고 있다는 위험 신호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 역시 "수시 채용과 경력직 선호 현상이 청년층 고용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8월 고용동향은 16만 명 증가라는 허울 좋은 숫자 뒤에, 주력 산업의 붕괴, 청년 세대의 실종, 그리고 구직 단념자의 급증이라는 대한민국 경제의 3대 복합 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충격적인 성적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