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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역사 미술관이 '해체'된 이유? K-아트씬 뒤흔든 아르헨티나 작가의 '파격 선언'

이처럼 아무런 인기척 없이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은 아르헨티나 출신 세계적인 작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Adrián Villar Rojas)가 아트선재센터를 무대 삼아 인류 멸망 이후의 모습을 시각화한 대규모 설치 전시다. 인간이 자취를 감춘 어두컴컴한 공간 속에는 인류 출현 이전의 원시적 지구를 연상시키는 흙과 식물들이 야생적으로 흩어져 있고, 그 사이로 언젠가 인간이 사용하다 버린 듯한 기괴한 형태의 기계들이 움직임을 멈춘 채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건물 전체를 아우르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설치 작업을 통해 비야르 로하스는 인류가 왜 멸망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비야르 로하스의 한국 첫 개인전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내년 2월 1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아트선재센터의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전시장뿐만 아니라 복도, 계단, 화장실, 극장 등 모든 공간을 활용하여 펼쳐진다. 특히 1995년 미술관 옛터에서 처음 열린 전시 '싹'의 3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만큼, 미술관의 역사적 의미와 작가의 미래 지향적인 메시지가 교차하며 더욱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작가는 미술관 건물을 물리적으로 '해체'하고,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 기술 발전의 양면성 등 다양한 위기를 상징하는 수많은 조각들을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처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이를 통해 인위적인 건축 공간과 지구 생태계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가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비야르 로하스는 오랜 시간 동안 인류가 직면한 현재와 미래의 위기 속에서 다양한 생명체와 그들이 맺는 복잡한 관계를 탐구해왔다. 전시 제목인 '적군의 언어'에 대해 작가는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는 상징체계를 홀로 발명한 존재가 아니다. 약 2만 년 전부터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 다른 인류와 함께 진화했고, 그들과의 만남은 적대적이면서도 친밀하고, 경쟁적이면서도 협력적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그 과정에서 오간 것은 단순한 도구나 몸짓, 불만이 아니라 상징적 사고와 의미 창조의 첫 불씨였다. 전시 제목은 바로 이러한 역설적인 관계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적'이라는 완전한 타자성은 낯설고 위협적인 존재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한 거울과도 같았다는 것이다. 그는 "적이라는 것을 우리가 절대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독립적인 존재로서는 의미를 만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야르 로하스가 생각하는 오늘날 인류의 '적'은 바로 포스트휴먼 시대를 이끌 인공지능(AI)이다. 그는 "우리는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를 가진 새로운 타자, AI와 이미 마주하고 있으며, 그들과 공존하며 지식을 전송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러나 동시에, 어쩌면 그러한 행위가 우리 스스로 소멸을 준비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예감 또한 피할 수 없다"는 경고를 던진다.
관객은 폐쇄된 미술관 정면 출입구 대신 우회 경로를 통해 전시장 1층과 2층에 들어서면 비야르 로하스가 2022년부터 이어온 '상상의 종말(The End of Imagination)' 연작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작업은 작가가 직접 개발한 '타임 엔진(Time Engine)'을 기반으로 한 시리즈로, 타임 엔진은 비디오 게임 엔진과 AI, 가상세계를 결합한 일종의 디지털 시뮬레이션 도구다. 비야르 로하스는 이 도구를 활용하여 변화하는 생명체와 건축, 생태계, 사회·정치적 조건이 뒤섞인 가상의 세계를 디지털 공간에 구축한다. 그리고 이 가상공간에서 생성된 조각들을 모델로 삼아 현실세계에 이를 물리적 형태로 정교하게 구현해낸다. 이 조각들은 인간과 기계의 노동을 상징하는 금속과 콘크리트, 플라스틱, 흙, 유리, 수지, 소금, 나무껍질, 자동차 부품 등 유기적·무기적 재료가 층층이 쌓인 복합체로서, 물질의 근원적 의미와 생명의 순환을 탐구한다.

비야르 로하스는 타임 엔진을 통한 작업 방식에 대해 "지구가 새와 나무, 바위, 기계를 만들어내듯, 타임 엔진으로 구축한 디지털 생태계 역시 자율적으로 물질을 생성한다. 이는 창작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존재론을 전복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즉, 인간이 세계에 형식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스스로 작용하여 현실을 만들고, 그 현실이 다시 물질을 창조해낸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그렇게 생성된 물질들을 우리가 공유하는 현실로 옮겨온다. 즉, 나는 세계를 모델링하고, 그 세계는 나를 위해 조각을 모델링하는 것"이라며, 창작의 주체와 객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흙더미 위에 놓인 '상상의 종말 Ⅳ'(2024)는 드럼세탁기를 천장에서 내려온 해괴한 괴물 기계가 집어삼키고 있는 듯한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SF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나뭇가지와 로봇 팔 등 유기물과 무기물이 뒤엉킨 형태로 완성되어, 인간의 일상(세탁기)이 자연(나무)과 기계(로봇) 모두에 잠식당하고 해체되는 미래를 암시한다. 2층에 전시된 '상상의 종말 III'(2022)는 776×448×522㎝의 압도적인 크기로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뿌리까지 드러낸 거대한 나무가 천장에서부터 뻗어져 내려오고, 여러 재료가 뒤섞여 만들어진 복합체는 마치 인간인 관객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위압감을 선사한다. 이처럼 '상상의 종말' 시리즈는 상상하는 존재인 우리 자신의 종말 위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며, 인류의 미래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이번 전시는 비야르 로하스가 리얼 DMZ 프로젝트(2014~), 제5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2016), 광주비엔날레(2018·2021)에 이어 한국에서 진행한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전시를 위해 작가 스튜디오의 멤버 11명이 6주간 미술관 현장에서 작품을 설치하고 연출하는 등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었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은 "이번 전시는 붕괴와 진화, 재생의 순환 속에 놓인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며, "이곳에서 촉발된 미지의 감각과 사유를 통해 우리가 현실로 받아들이는 세계의 구조를 낯선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로사리오 태생의 비야르 로하스는 집단적이고 협업적인 과정을 통해 대규모의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로, 조각, 드로잉, 영상, 문학, 행위를 넘나들며 멸종 위기에 처했거나 이미 멸종한 인류의 조건을 탐색하는 한편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인 다종 존재 간의 경계를 추적해왔다. 그의 주요 개인전으로는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미술관(2022), 미국 마이애미 배스 미술관(2022), 로스앤젤레스(LA) 현대미술관(2017),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2017),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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