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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폭발에 IEA, '4억 배럴' 무제한 방출
중동 전쟁의 포화 속에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선을 위협하며 전 세계 경제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시장 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IEA는 11일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공급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비상 비축유 4억 배럴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긴급 처방으로 해석되며 그 규모 면에서 IEA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다.이번에 방출하기로 한 4억 배럴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시행했던 1억 8300만 배럴 방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양이다. 당시에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며 큰 위기를 겪었지만 이번 중동 전쟁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이라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상황이 더욱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항로로 이곳이 막힐 경우 중동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공급이 사실상 중단되는 재앙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석유 시장의 도전은 전례 없는 규모라며 회원국들이 힘을 합쳐 전례 없는 규모의 공동 비상 조치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구체적인 방출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일본은 약 8000만 배럴을 방출하며 영국과 독일 그리고 프랑스 역시 각각 수천만 배럴 규모의 비축유를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우리 한국 정부 또한 에너지 안보와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해 225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할 계획을 확정하며 글로벌 공조에 발을 맞추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방출 결정이 단기적인 진정 효과는 가져오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에너지 분석업체 클레르의 애널리스트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방출되는 원유의 종류와 공급 속도가 실제 가격 안정 효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미국이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SPR) 방출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SPR은 현재 약 4억 1500만 배럴이 저장되어 있으며 대통령의 결정 이후 시장에 실제로 공급되기까지 약 13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런던 시장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이번 전쟁 여파로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하며 202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비축유 방출 소식이 전해지며 상승세가 일부 꺾이긴 했지만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유가는 언제든 다시 튈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상태다. 금융기관 시티그룹은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 규모가 하루 최대 1600만 배럴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어 4억 배럴의 비축유로도 장기적인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아시아 국가들이 유럽이나 미국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높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쟁의 여파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에너지 시장에 더욱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미 유럽에서는 항공유 공급 부족으로 관련 가격이 폭등하는 등 시장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국내에서도 산업 전반에 걸친 에너지 비용 상승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IEA는 과거 1991년 걸프전과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그리고 2011년 리비아 내전 등 굵직한 위기 때마다 비축유 방출을 통해 시장의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해 왔다. 이번 4억 배럴 방출 결정 역시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에너지 공포를 잠재우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에너지 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운송이 정상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국제 사회의 협력을 촉구했다.
현재 IEA 회원국들은 공공 비상 비축유 12억 배럴과 기업 보유분 6억 배럴 등 상당한 양의 석유를 보유하고 있어 당장의 물리적인 공급 부족을 막을 여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변수가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달을 경우 비축유라는 방패만으로 시장의 거친 파도를 막아내기엔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주유소 기름값 표지판의 숫자가 매일 바뀌는 불안한 일상 속에서 이번 역대급 비축유 방출이 과연 현대판 석유 파동의 위기를 막아낼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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