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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 가느니 호캉스? 상인들 "장사 포기 상태"
한여름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인파로 북적여야 할 동해안 해수욕장들이 유례없는 폭염의 기세에 눌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북 포항의 대표적 명소인 영일대해수욕장은 백사장 파라솔이 절반 이상 접혀 있는 등 평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피서객들은 뜨겁게 달궈진 모래사장 대신 인근 방풍림의 나무 그늘 아래로 모여들며 뙤약볕을 피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사람보다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면서 해변의 활기는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현지 상인들은 방문객 수치와는 별개로 실제 체감하는 경기가 최악의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포항시의 집계상으로는 지난해보다 누적 방문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작 상가로 유입되는 손님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폭염으로 인해 야외 활동 시간이 극도로 짧아진 데다, 피서객들이 해변 상점가보다는 에어컨 시설이 완비된 실내 대형 시설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기록적인 더위까지 겹치며 해변 상권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통적인 해수욕 문화가 실내 물놀이 시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점도 상인들의 시름을 더하는 요인이다. 과거에는 여름휴가 하면 당연히 바다를 떠올렸으나, 최근에는 쾌적한 온도가 유지되는 실내 워터파크나 호캉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영일대상가번영회 측은 야외에서 땀을 흘리며 해수욕을 즐기려는 수요 자체가 급감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피서 트렌드의 변화는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기후 변화에 따른 장기적인 구조 변화로 고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포항 남구의 송도해수욕장 상황은 더욱 심각하여 피서객의 발길이 거의 끊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영일대와 달리 대규모 그늘막이나 나무숲이 부족한 송도해변은 폭염의 직격탄을 그대로 맞으며 한낮에는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인근의 공공 휴게시설조차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운영을 중단하며 폭염에 대응하고 있다. 주민들은 바닷바람에 섞인 염분과 습기 때문에 오히려 야외 활동이 더 고통스럽다며 차라리 집 안이나 시원한 상업 시설에 머무는 것이 낫다는 반응을 보인다.

기상청은 이달 중순 경산과 포항 지역에 전국 최초로 폭염중대경보를 발령하며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폭염중대경보는 체감온도가 38도를 웃도는 극한의 기상 상황에서 내려지는 최상위 단계의 경보로, 야외 활동 시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2008년 제도 도입 이후 18년 만에 신설될 정도로 강력한 이번 특보는 며칠간 완화와 발령을 반복하며 시민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는 폭염경보 상태가 유지되고 있으나 여전히 체감온도는 위험 수위를 오르내리는 중이다.
폭염의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해수욕장 운영 방식과 지역 상권의 생존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야외 시설 위주의 홍보보다는 야간 개장 확대나 그늘막 확충 등 피서객의 안전과 쾌적함을 우선시하는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상인들은 남은 여름 시즌 동안 기온이 조금이라도 내려가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기상 예보는 당분간 평년을 웃도는 무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후 위기가 가져온 해변의 풍경 변화는 지역 경제 전반에 걸쳐 새로운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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