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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살처분 논란, 수의사들 "과학적 근거 부족"
도심 속 길고양이의 존재를 두고 살처분이나 급식 금지 등 극단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의학계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나응식 수의사와 이학범 데일리벳 대표는 최근 진행된 온라인 대담을 통해 감정적인 혐오보다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길고양이를 제거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이 실제 생태계 관리나 개체수 조절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구체적인 연구 자료로 증명했다.전문가들은 길고양이를 보호소로 보내 입양을 추진하자는 주장이 현실적으로 대규모 안락사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매년 발생하는 수십만 마리의 개체를 수용할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호는 결국 죽음을 의미하는 수식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길고양이가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도 도심 고양이의 먹이 중 조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낮으며, 오히려 건축물 충돌로 인한 조류 폐사가 훨씬 심각한 문제임을 통계로 제시했다.

특정 지역의 사례를 일반화하여 도심 정책에 적용하는 오류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섬 지역의 특수성을 도심 주택가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학술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세계적인 권위자의 발언을 맥락 없이 인용해 살처분의 근거로 삼는 행태를 꼬집으며, 실제 해당 재단조차 중성화 수술 후 방사하는 방식인 TNR을 공식적인 관리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현행 중성화 정책의 실효성 논란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정부의 장기 조사 결과를 반박 자료로 내놓았다. 통계에 따르면 집중적인 중성화 사업 시행 이후 길고양이 개체수는 과거에 비해 확연히 감소하거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실패를 주장하려면 단순한 심증이 아닌 이를 뒤집을 수 있는 정교한 표본 조사와 데이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근거 없는 비난을 경계했다.

급식소 운영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인 폐쇄보다는 체계적인 관리 체제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급식소는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개체수를 파악하고 중성화 여부를 확인하는 중요한 모니터링 거점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만약 급식 행위를 전면 금지할 경우 돌봄 활동이 음지로 숨어들어 위생 관리가 불가능해지고, 굶주린 고양이들이 쓰레기 봉투를 뒤지는 등 오히려 주거 환경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우리 사회에 번지는 동물 혐오 정서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진단도 덧붙였다. 특정 대상에 대한 편견이 혐오 표현을 거쳐 물리적 폭력이나 극단적 배제로 이어지는 '혐오 피라미드'의 단계를 언급하며 현재의 살처분 주장이 학살로 변질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길고양이 문제는 단순한 호불호의 영역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과학적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사회적 과제임을 분명히 하며 논의를 매듭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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