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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엔 부족한 잠, 주말엔 몰아 자기…불안 위험 높아진다

사춘기가 진행될수록 청소년의 수면 리듬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잠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 시작 시점이 늦어지면서 밤에 졸리는 시간이 늦어지고, 아침에 깨어나는 시간도 함께 늦어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학교 일정은 이런 생체리듬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중·고등학교 수업은 대체로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고, 청소년들은 자신의 몸이 원하는 시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이로 인해 평일에는 수면 시간이 부족해지고, 주말에는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늦게까지 자는 일이 반복된다.
이처럼 평일과 주말의 수면 시간대가 크게 달라지는 현상을 ‘사회적 시차’라고 한다. 해외여행을 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시차가 생긴 것처럼 몸의 수면 리듬이 흔들리는 상태를 뜻한다. 최근 이 사회적 시차가 청소년의 불안 증상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12세에서 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회적 시차와 불안의 관련성을 다룬 기존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했다. 연구진은 총 18개 연구를 문헌고찰에 포함했으며, 이 가운데 12개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 23만5526명의 데이터를 메타분석했다.
분석 결과, 평일과 주말의 수면 시간대 차이가 큰 청소년일수록 불안 증상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두 요인 사이의 관련성은 크지 않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이었다. 즉 사회적 시차가 큰 청소년에게서 불안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는 양상이 확인된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사회적 시차와 불안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지, 사회적 시차가 불안을 직접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불안이 큰 청소년이 수면 리듬을 더 불규칙하게 유지할 가능성도 있고, 학업 부담이나 스마트폰 사용, 생활 환경 등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청소년 수면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보여준다. 연구진은 주말을 포함해 일주일 내내 가능한 한 규칙적인 취침 및 기상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일에 부족한 잠을 주말에 몰아서 보충하는 방식은 일시적으로 피로를 줄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체리듬을 더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기의 수면 문제는 단순히 생활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사춘기에는 생물학적으로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는 변화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일찍 자면 되지 않느냐”는 조언만으로는 충분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몸은 아직 잠들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다음 날 학교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수면 부족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학교 시작 시간을 늦춰야 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미국소아과학회와 미국수면의학회는 중·고등학교 수업을 오전 8시 30분보다 이르지 않게 시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미국수면의학회는 13세에서 18세 청소년에게 하루 8~10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하지만 많은 청소년은 이 권장 수면 시간을 채우지 못한다. 이른 등교 시간에 더해 학원, 숙제, 시험 준비, 스마트폰 사용 등이 겹치면서 실제 잠드는 시간은 더 늦어진다. 결국 평일 수면 부족이 커지고, 주말 늦잠으로 이를 보충하려는 패턴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평일과 주말의 수면 중간 시점이 크게 벌어지면 사회적 시차가 커진다.
사회적 시차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몸의 내부 시계와 외부 생활 일정이 어긋나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은 일정한 리듬에 맞춰 호르몬 분비, 체온 변화, 각성도, 식욕 등을 조절한다. 그런데 평일과 주말의 수면 시간이 크게 달라지면 생체리듬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월요일 아침에 특히 피곤하고 무기력한 느낌을 받는 것도 이런 리듬 차이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청소년의 뇌 발달 측면에서도 수면은 매우 중요하다. 청소년기는 학습, 기억, 감정 조절, 의사결정과 관련된 뇌 기능이 계속 발달하는 시기다. 특히 깊은 수면은 낮 동안 배운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굳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충분히 자지 못하면 집중력과 학습 능력이 떨어질 수 있고, 감정 조절도 어려워질 수 있다.
수면 부족은 불안이나 우울 같은 정서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잠이 부족하면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작은 자극에도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쉬워진다. 또 충동 억제와 판단 능력이 떨어져 학교생활이나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연구가 사회적 시차와 불안의 관련성을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수면 문제를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생활 구조 전체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가정에서는 주말에도 기상 시간을 지나치게 늦추지 않도록 돕고, 잠들기 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사용을 줄이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학교와 사회 차원에서는 청소년의 생체리듬을 고려한 등교 시간 조정 논의도 필요하다.
결국 핵심은 규칙성이다. 주말에 잠을 조금 더 자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평일과 주말의 수면 시간대가 지나치게 벌어지면 몸은 매주 작은 시차 적응을 반복하게 된다. 청소년에게 충분한 수면과 안정적인 생활 리듬을 보장하는 것은 학업 성취뿐 아니라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다.
이번 연구는 청소년의 늦잠을 단순한 게으름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춘기 생체리듬, 이른 학교 시작 시간, 학업 부담이 맞물리면서 수면 불균형이 생기고, 이것이 불안 증상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일찍 자라”는 말보다, 충분히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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