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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추석 장사로 월급 주겠다"
회생계획 인가라는 커다란 고비를 넘겼지만,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통장은 여전히 차갑다. 인가 후 첫 급여일조차 제때를 맞추지 못하고 '쪼개기 지급'이라는 기형적 방식을 택하면서, 현장에서는 "영업 정상화의 그늘에 노동자의 생존권만 유예되고 있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정기 급여일인 지난 21일 지급했어야 할 7월분 급여를 23일과 30일, 두 차례로 나누어 절반씩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회사가 약속한 2차 지급일(30일)의 재원은 다름 아닌 '추석 대목 매출'이다. 명절 대목에 번 돈으로 겨우 밀린 월급의 남은 반절을 메우겠다는 극단적인 '현금 쥐어짜기'다.
이 같은 '월급 유예'의 배경에는 극심한 현금 가뭄과 경영진의 우선순위 선택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2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현금성자산은 한 달 인건비(약 635억 원)의 6분의 1 수준인 104억 원에 불과했다. 최근 메리츠금융그룹을 통해 수혈받은 2,000억 원의 DIP 자금 역시 과거 체불 임금 상환과 납품대금 결제에 대부분 소진됐다.

남은 현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회사는 '물품 대금 선지급'을 최우선으로 두는 배수진을 쳤다. 납품업체의 신뢰를 잃어 대목용 상품을 확보하지 못하면 매대가 빌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매출 급감과 회생 불능으로 직행한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상품을 사 오기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 지급 시점을 뒤로 미루는 '돌려막기'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문제는 매대를 채운다고 해서 매출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개장한 67개 점포는 신선식품과 PB 상품 위주로 전열을 정비했으나, 여전히 상품 구색이 다양하지 못해 고객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추석 성적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30일 잔금 지급은 물론 10월 정상 지급 약속마저 수포로 돌아갈 위험이 크다.
영업 정상화를 위한 배수진의 피해는 온전히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축적된 누적 체불액 중 아직 청산되지 않은 돈만 664억 원에 달하며, 이 중 500억 원 이상이 7·8월 급여다. 현장 인력의 절반가량이 평균 임금의 70%만 받는 휴직 상태에 내몰렸고, 설상가상으로 회사의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인해 개인 대출 환승마저 막히며 생계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노동자들이 자구책을 찾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회생계획안 특성상 노사 간 쟁의 행위가 발생하면 회생 자체가 폐지될 수 있어 파업 등 강경 대응이 사실상 봉쇄되어 있다. M&A를 통한 연내 매각 대금 유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조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직접 자금을 투입해 공익채권인 체불 임금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매대를 채워 손님을 모으지 못하면 망하고, 그 매대를 채우느라 직원들의 피땀을 담보로 잡아야 하는 홈플러스. 추석 연휴를 앞둔 홈플러스의 매대는 정갈하게 채워지고 있지만, 그 뒤편을 떠받치는 노동자들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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