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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이 사랑한 미술관에, 솔 르윗도 걸렸다
미국 개념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솔 르윗의 작품 세계가 서울과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시에 조명되고 있다. 르윗은 예술을 작가의 감정이나 손기술보다 아이디어와 체계의 문제로 바라본 인물이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선을 긋고, 사각형과 정육면체를 반복하며, 하나의 개념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평생 탐구했다.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리는 ‘솔 르윗: 오픈 스트럭처’는 국내에서 처음 마련된 대규모 개인전이다. 전시는 르윗의 초기 작업부터 말년의 색채 작업까지 아우르며, 그의 생애 전반을 보여주는 작품 45점을 소개한다.
전시장에서는 르윗이 조각이 아닌 ‘구조물’이라고 부른 입체 작품들이 눈에 띈다. 정육면체와 격자, 반복되는 모듈은 단순한 형태 안에서 질서와 변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르윗에게 구조물은 고정된 조각이라기보다 하나의 생각이 공간 속에서 작동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또 하나의 핵심은 월 드로잉이다. 르윗은 벽에 직접 그림을 남기기보다, 어떤 선과 형태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지 지시문으로 작성했다. 작품은 그 지시를 받은 실행자들이 전시장 벽 위에 다시 그리며 완성된다. 같은 문장으로 출발해도 공간의 크기와 조건, 작업자의 해석에 따라 결과는 매번 달라진다. 이번 서울 전시에서도 재단 관계자의 지도 아래 국내 미술 전공 학생 등 23명이 제작에 참여했다.

말년 작업에서는 초기의 절제된 기하학과 다른 에너지가 드러난다. 르윗은 아크릴 물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곡선, 불규칙한 형태, 강렬한 색을 화면에 끌어들였다. 규칙과 체계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시각적으로는 훨씬 자유롭고 역동적인 작품들이 펼쳐진다. 전시에는 사진과 기록물, 1967년 작성한 ‘개념미술에 관한 단락’ 초고 등 아카이브 자료도 함께 공개돼 작가의 사유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살필 수 있다.
방탄소년단(BTS) RM의 소장품전이 열리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도 르윗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미술관 5층에는 르윗의 작품 21점이 소개된다. 특히 이 전시는 그가 개념미술의 이론을 본격적으로 정립하기 전, 사고의 방향을 바꿔가던 시기의 작업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63년작 ‘벽면 구조’는 그 전환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캔버스에 목재를 결합한 부조 형식으로, 평면과 입체 사이에서 르윗이 어떤 실험을 하고 있었는지 드러낸다. 이와 함께 1968년 처음 고안한 월 드로잉부터 작가 사후 구현된 유작까지 여러 점이 현지 전시장 조건에 맞춰 새로 제작됐다.

서울 전시가 르윗의 작업 세계 전체를 폭넓게 펼쳐 보인다면, 샌프란시스코 전시는 그의 개념미술이 형성되는 출발점과 핵심 구조를 집중적으로 짚는다.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의 작품은 멈추지 않는다. 지시문은 여전히 실행자를 만나고, 선은 다시 벽 위에 나타나며, 아이디어는 새로운 공간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작동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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