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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수도 부산의 노래, 오늘날 K-팝의 뿌리를 찾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아픔과 희망을 노래로 되짚어보는 특별한 음악회가 부산에서 열린다. ‘굳세어라 금순아’, ‘이별의 부산정거장’, ‘섬집아기’ 등 시대를 넘어 사랑받아 온 대중가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피란수도 부산의 기억을 담은 신곡도 선보인다.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3주년 기념 콘서트 ‘네버포가튼: Where K-Pop Began’이 오는 24일 오후 7시 부산콘서트홀 챔버홀에서 개최된다. 이번 공연은 한국전쟁 시기 임시 피란수도였던 부산에서 대중음악이 사람들에게 어떤 위로와 희망을 전했는지 돌아보고, 당시의 음악을 통해 오늘날 K-팝의 뿌리를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피란민들에게 노래는 고단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위안이자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매개였다. 이번 공연은 당시 부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음악적 분위기와 대중가요의 의미를 오늘날의 무대에서 다시 조명한다. 과거의 노래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편곡과 연주를 더해 관객들이 한국전쟁 시기의 역사와 음악을 새로운 감각으로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네버포가튼’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한국 근현대사의 기억, 평화의 가치를 음악으로 전하는 공연 시리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에서 변진섭, 대니구, 하동연, 다니엘 린데만 등과 함께 공연을 이어 왔다. 올해는 부산의 문화기획자들과 협력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자산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무대를 마련했다. 전쟁의 기억을 음악이라는 보편적인 언어로 전달하고, 세대를 넘어 역사적 의미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이번 부산 공연은 시리즈의 새로운 시도로 주목된다.
공연 1부에서는 부산에서 시작된 도미도레코드의 노래와 피란수도 시절의 대중가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굳세어라 금순아’, ‘홍콩아가씨’, ‘봄날은 간다’, ‘이별의 부산정거장’, ‘섬집아기’ 등 익숙한 노래들이 새로운 편곡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당시의 시대상과 사람들의 정서를 담아낸 곡들을 통해 전쟁과 피란의 경험, 이별과 그리움, 일상을 지탱했던 희망의 감정을 되짚어볼 예정이다.
특히 부산을 배경으로 한 노래들은 피란수도 시절의 생활상과 정서를 떠올리게 하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다. 전쟁으로 가족과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의 경험은 당시 대중가요에 녹아들었고, 노래는 개인의 기억을 넘어 한 시대를 공유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번 공연은 이러한 노래를 현대적인 음악 언어로 풀어내 과거의 이야기가 오늘날 관객에게도 생생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2부에서는 미국 차트 히트곡 등 동시대 해외 대중음악을 선보이며 공연의 음악적 범위를 넓힌다. 이어 피란수도 부산의 기억을 담은 마이클 최 작곡가의 신곡 ‘부산 아리랑’을 들려준다. 과거 부산에서 울려 퍼졌던 노래부터 해외 대중음악, 새로운 창작곡까지 이어지는 구성은 한국전쟁 시기의 음악을 특정 시대의 유산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오늘날의 음악과 연결해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연에는 피아노 트리오 탄토 앙상블과 홍영호 재즈밴드가 연주자로 참여한다. 보컬은 김경한과 정서현이 맡는다. 편곡에는 마이클 최를 비롯해 안후윤, 손주영, 독고훈, 연승모, 최진호, 미셸 측(Michelle Cheuk) 등이 참여해 다양한 음악적 해석을 더한다. 소리나 스튜디오와 그로우포뮤직, 부산의 청년 음악인들도 함께 무대에 올라 공연의 의미를 나눈다.
음악과 함께 시각예술을 활용해 당시 부산의 풍경을 표현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2026 서울국제도서전-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으로 선정된 깨칠이 스튜디오의 남정훈 작가가 작업한 ‘피란소녀’ 일러스트를 무대에 활용해 피란수도 시절의 모습을 정겹게 그려낼 예정이다. 음악에 더해 일러스트로 당시의 풍경을 전달함으로써 관객들이 전쟁 시기 부산의 생활상과 정서를 보다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공연은 네버포가튼이 주최하고 캠플래닛, 소리나 스튜디오, 부로드웨이가 주관한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부산문화재단이 후원에 참여한다. 지역 문화기획자와 음악인들이 협력해 부산의 역사적 경험을 무대예술로 풀어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네버포가튼 창립자이자 이번 공연의 총괄·연출을 맡은 마이클 최는 “전쟁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피란민들의 마음이 K-팝의 뿌리가 되었다”며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노래가 다시 무대에서 살아나는 순간을 관객과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정전협정 체결 73주년을 맞아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가치를 돌아보는 동시에, 부산이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지닌 의미를 살펴보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피란민들의 삶과 감정을 담았던 노래가 현대적인 편곡으로 되살아나고, 새로운 창작곡과 어우러지면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 티켓은 부산콘서트홀 홈페이지와 NOL 등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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